[비건라이프스타일] 박원정 러쉬코리아 Ethics Director

2020년 12월 23일 업데이트됨


2020. 12. 22

글쓴이: 신현정 Sustainable Content Creator



"25년간 사랑받은 비결이요? 사람, 동물, 환경을 위한 진정성을 제품에 담아 전달했죠.”



강남대로를 걷다보면 강렬하면서 독특한, 특유의 향기가 느껴지는 구간이 있다. 바로 러쉬 매장 앞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 강한 향기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들의 고집스러우면서도 일관된, 과감하면서도 이타적인 행보를 지켜보며 거부감이 오히려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멋진, 싱싱하고 푸른, 풍성한’ 이런 뜻을 가진 Lush. 경쟁이 치열한 뷰티 산업에서 이들은 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일까? 러쉬만의 파워풀한 긍정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품고 박원정 러쉬코리아 Ethics Director를 줌으로 만났다.



(Fresh Handmade Cosmetics: 러쉬코리아 제공)


러쉬가 런칭한지 어느 새 25주년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러쉬의 얼굴로 활약을 하고 계신데요. 오랫동안 사람과 동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아네. (웃음) 아무래도 러쉬가 진정성있게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간단히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드리면 첫째, 러쉬의 강력한 브랜드 미션 ‘We believe’가 러쉬 제품에 잘 반영된 점이죠. 브랜드 미션에는 여섯 가지 공유가치가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드리면 Freshness를 위해 제품에 ‘신선기한’이 표기돼 있어요. 그리고, 러쉬 제품은 직접 손으로 수확한 원재료를 손으로 직접 담아(Handmade) 모양이 비뚤비뚤하거나 아날로그 감성, 즉 정성이 듬뿍 담겨있어요. 저희는 재료를 구매할 때, 내부적으로 아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비동물실험이나 환경에 해가 없고, 아동 착취가 없는 등 동물권, 환경권, 인권을 기반으로 한 체크 리스트를 바탕으로 공급망을 관리합니다. 또한 제품의 52%가 무포장 (Naked) 입니다. 재생지, 버섯균사체, 티셔츠 조각 등으로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고요. 게다가 러쉬 제품은 100% 베지테리언입니다. 2019년 4월부터 egg-free를 선언했고 계속 지키고 있어요. 둘째, 러쉬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예요. 특히 ‘사람’이 중요합니다. 매장 스태프를 비롯해 러쉬 임직원, 파트너, 소비자들과 진심을 다해 브랜드 이념과 철학을 소통하고 함께 실천해온 덕분에 지금의 러쉬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친환경 트렌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언젠가는 윤리소비, 가치소비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러쉬는 달려왔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와 공존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을 맞닥트렸죠. 이런 문제의 해결을 미리 고민했던

러쉬가 자연스럽게 경쟁우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과 동물, 환경 문제가 어느 기업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인데요. ‘콜렉티브 임팩트’처럼 다양한 섹터의 이해관계자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러쉬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당연히 러쉬가 이런 사회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젤러쉬’라고 고객으로 구성된 서포터즈 커뮤니티가 있어요. ‘채러티팟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글로벌 본사에서 2007년 런칭해서 11,000개 단체를, 2013년 한국에서 런칭해 78개의 단체와 풀뿌리 단체들을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러쉬 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공급해주는 다양한 파트너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러쉬코리아는 파트너, 젤러쉬, 채러티팟 커뮤니티 구성원과 보다 긴밀하게 협의해서 캠페인을 기획, 운영해 이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비거니즘(동물에 대한 그 어떤 형태의 학대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 클린뷰티(유해성분 없는 깨끗한 화장품), 미닝아웃(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소비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드러내는 것을 지칭하며 의미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미닝(Meaning)'과 성향을 드러낸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과 같은 키워드에 맞춰 SNS를 중심으로 러쉬 특유의 감성을 담은 디지털 캠페인을 펼칠 예정입니다.



다행인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비건 화장품도 앞다투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선도기업으로서 흐뭇하실 것 같고요, 다른 한 편으로는 긴장도 되실 것 같아요.


요즘 딜레마인데요. (웃음)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이 약 12조 원인데 광고도 한 번 하지 않고 지금까지 러쉬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것만 해도 사실 기적같은 일이죠. 시장 전반에 이런 친환경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어서 저희로서는 반갑기도 하고요. 비록 큰 자본과 인력, 자원은 없지만 25년간 꾸준히 해왔던 것처럼 진정성있게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길을 꾿꾿하게 걸어가려고 합니다. 물론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적극 수용하고,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효과적인 캠페인을 시도하려고 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윤리 소비 영역에서 시대에 맞는 공유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 러쉬가 해야할 역할과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채러티팟코인 네이키드 고체 제품 : 러쉬코리아 제공)



러쉬는 개성있고 독특하면서 강렬한 캠페인으로도 유명한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캠페인이 있다면? 실패했던 캠페인 경험도 말씀해주세요.


기억에 남는 캠페인은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입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동물권이나 동물대체시험에 있어 불모지에 가까웠어요. 대중의 인지를 깨우고 관심을 모으기 위해 초반에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동물실험 반대 엑스포 컨셉으로 교육용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내가 토끼가 되어 고통을 느껴보는 체험 부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많은 분들이 러쉬 매장에 찾아오셔서 서명도 해주셨고 이는 국내 화장품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동물대체시험 기술이 OECD 가이드라인과 같은 전 세계 표준으로 등록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연구진들도 떠오르네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많은 분들이 무관심했고, 실패까지는 아니었지만 정말 긴 시간 동안, 어쩌면 이 땅에 동물실험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오랫동안 싸워야 할 캠페인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세계 최대의 동물대체시험 시상식인 ‘Lush Prize’에서 대한민국 수상자가 4회 연속 나오고 있고, 지난해에는 제1회 국회동물복지대상 기업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LGBTQ+ 인권 캠페인’인데요.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보편화된 이슈지만 캠페인 초창기에는 강한 저항이 있었고 심지어 매출 손실도 있었어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시절, 차별과 혐오 대신 모든 사람은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는 Sign of Love 캠페인 메시지를 보고 잠시지만 매장과 본사에 협박 전화와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었죠. 그 당시만해도 LGBTQ+ 인권 문제에 러쉬 외에 기업이 적극 나선 경우가 없었거든요.



(2020 지구의날 코로나거리두기 네이키드 아바타 유튜브 행진 : 러쉬 코리아 제공)



선구자의 길을 걸으셨네요. 이런 러쉬를 일찍 알아본 소비자를 빼놓고 러쉬를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러쉬의 소비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초반에는 영국의 보헤미안 감성이나 매니아 문화를 좋아하는 개성 강한 고객들이 많았다고 해요. 과일이나 채소, 꽃 등 자연에서 얻은 원재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자연주의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았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오랜 시간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다보니 동물보호, 동물권 브랜드로 먼저 인지하시고, 윤리 소비가 늘어나고 대중과 함께 하는 캠페인 활동도 늘어나면서 2019년 이후부터는 ‘캠페인하는 회사’로 새롭게 포지셔닝 중입니다.

처음에 제품을 좋아했다가 러쉬의 철학을 알게 되고 그 미션에 공감하여 가치 소비에 동참하는 3040 고객님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미닝아웃을 선도하는 MZ세대들이 많이 구매합니다. 비누 하나, 입욕제 하나를 고르더라도,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이 담긴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남성 고객도 많이 늘었어요. 소비를 통해 자기의 소신과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분들이 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러쉬 고객들의 윤리 소비 덕분에 저희는 세상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캠페인을 펼칠 수 있으니, 이분들이야 말로 ‘러쉬 캠페이너’라고 생각합니다.



(2019 플라스틱줍깅 환경보호 캠페인 : 러쉬코리아 제공)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그래서인지 러쉬 임직원은 파워풀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에서 올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러쉬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등과 다양성, 그리고 포용성이 조직 문화 기본 바탕에 깔려있어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죠. 예를 들어, 비혼식을 함께 축하하고 허니문과 동일한 경조사비와 휴가를 줍니다. 업무에 있어서는 서로의 피드백을 중요시하구요. 무엇보다 환경과 동물, 인권에 대한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강하게 형성돼 브랜드 철학을 각자의 업무에서 애착을 갖고 즐겁게 그리고 책임있게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업무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도 낮은 편이죠. 각자의 강점이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원한다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아 리드할 기회들도 많아요. 러쉬 직원을 스스로 ‘해피 피플’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만큼 브랜드와 조직에 대한 선한 에너지가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



채식을 한다고 들었어요. 채식을 일상화 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완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나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해도 당연히 괜찮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채식은 식습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권, 그리고 환경 문제와도 밀접한 이슈지만, 처음부터 너무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요. 뭔가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꿀마저 먹지 않는 비건도 있지만 채식에는 여러 단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페스코 베지테리언(육류는 먹지 않고 생선,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 유형)부터 시작해보면 나름 선택의 폭이 많아요. 그러다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육류·생선은 먹지 않고, 달걀과 우유는 먹는 채식 유형)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정신이 내 몸을 지배해 반응하는 것을 느끼실 거에요. 만약 모르고 육류를 먹었다고 해서 “나는 실패했으니까 다시 고기 먹을래” 하지 말고 작심삼일이겠지만 내일 다시 시작하거나 아니면 잠깐 쉬어보거나 치팅데이처럼 몸이 원하는 육식을 하거나 가공육을 먹는 방식으로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채식은 장기 마라톤이에요. 단번에 성취감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신에 왜 채식을 하고 싶은지, 예를 들면, 건강을 위해서인지, 힙해보이려고, 다양한 경험 차원에서, 다큐멘터리를 봤기 때문에, 혹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때문에, 아니면 가치관이나 신념이 변해서 등, 그 목적과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구요. 내 자신에 솔직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채식을 하시면 좋겠어요. 채식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니까요.



Meat Free Monday Korea 피플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 혹은 책이 있다면?


저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비건 인플루언서들의 유튜브나 MZ세대 미디어 중 비건을 다루는 영상을 추천해 볼게요. 다양한 채식 레시피가 가득한 베지곰, 요리 만화 <오늘 조금 더 비건>의 초식마녀, 채식 이야기 뿐 아니라 비건 쿡방과 먹방을 즐길 수 있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추천합니다.



박원정 디렉터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이란 어떤 세상인가요?


예전에는 한국인, 영국인, 서울 시민 이렇게 불렀는데 이제는 우리 모두 ‘지구인’이라고 생각해요. Covid-19을 겪으면서 나 혼자만 노력해서 될게 아니라는, 거대한 대자연의 위력을 다들 실감하셨잖아요. 인간은 이 지구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고, 우리가 결코 포식자나 절대권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겸손해야한다는 사실을 배운거죠. 지구에서 사람의 포지셔닝을 자기 검열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가 겸손하게 살아가려면 우리 것이 아닌, 우리가 주인이 아닌 땅에서 누렸던 모든 것을 이제 되돌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제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인간이 자연과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죽으면 끝이다’가 아니라, 지구의 윤리와 규율에 맞게 사는 세상, 조화로운 상생이 가능한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인터뷰 시간 내내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러쉬가 25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 국제 사회에 보여준 기업으로서의 책임감과 역할, 선한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 환경의 공존을 위해 오늘도 제품으로, 캠페인으로, 또 하나의 개성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어가는 러쉬. 그 선한 향기가 지구 곳곳에 전파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때는 나도 마케터였기에 이들의 타협없는 행보에 대한 존경스러움을 담은 부러움과 가치소비자로서 지지하는 마음을 보태 또 다른 25년의 새 역사를 만들어갈 러쉬를 응원한다. Lush Forever!



러쉬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lu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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