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라이프스타일] 제로웨이스트 매거진 SSSSL 배민지 편집장


“다 같이 재미있게,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이끌다.”


2020. 8. 20.

글쓴이: 신현정 활동가, Sustainable Contents Creator


예전 직장에서 지구의 날을 기념으로 쓰레기 Audit을 주도한 적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2주 동안 모은 일반 쓰레기의 무게 총량을 잰 후, 종이, 플라스틱, 병, 캔, 비닐, 기타로 분류해보는 작업이었다.

함께한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서로의 소감을 나누는데 “막상 해보니까 진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겠다.”라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런 분들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화상으로 배민지 편집장을 만났다.


제로웨이스트 매거진 SSSSL을 소개해주세요. 왜 제로웨이스트인가요?

2008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 시절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2014년 제로웨이스트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를 읽고 나서 일상에서 실천해보려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처음부터 잡지를 하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어느 날, 제가 친구들과 독립 출판물을 보다가 잡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제로웨이스트 관련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이미지와 텍스트가 있는 잡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내용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잡지요. 2017년부터 기획을 시작해서 2018년 2월에 창간호를 발행했어요. ‘쓸’은 한글로 ‘쓸 수 있는 자원’에 대해 생각한다는 의미이고, 영어로는 ‘Small, Slow, Sustainable, and Social Life’ 입니다. 네이밍에 제가 담고 싶은 가치를 다 담아보려고 했어요.



매거진 SSSSL (사진 : 매거진 SSSSL 제공)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데 종이 잡지를 발행한다. 여기에 물음표를 던지는 분들이 계실 같아요.

제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쇄물이 있으면 보고 또 보는 습관이 있어요. 아날로그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이런 습관이 낭비를 줄여서 나아가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종이 잡지로 발행하기로 했죠. 수익을 생각하면 부수를 더 늘리는 게 당연하겠지만 현재 1,500 부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e-book으로도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이 잡지와 e-book의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중이에요.

6호까지 발행을 하셨는데요. SSSSL에 게재된 기사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클이 있나요?

SSSSL 5호 주제가 ‘쓰레기 없는 식탁’이었어요. 취재를 위해 은평구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차를 따라가 봤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버린 바나나 껍질이 퇴비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실제로 그 뒤처리 과정이 궁금했어요. 동네에서 음식쓰레기 수거 운반 차량을 따라 집하 장소까지 가서 세척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취재했는데요. 놀란 사실은 음식 쓰레기뿐 아니라 쓰레기 관련 처리 장소의 노동 환경이 정말 열악하다는 사실이었어요.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을 보니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음식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고 계셨고, 쓰레기 압축 때 누군가 잘못 버려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갑자기 터져서 작업하던 분 위로 음식 쓰레기가 폭탄처럼 투하된 적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겨울에는 손발 동상에 걸린다고 말씀하셨어요. 음식쓰레기에 비닐이나 빈 병과 같은 비상식적인 것을 제발 넣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셨어요. 저는 지금까지 “바나나 껍질과 같이 농약이 많은 수입 과일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지 마라,” 수준으로 말씀드리고 다녔는데 실제 현장을 보니 유리병과 비닐, 플라스틱과 같은 비상식적인 것들이 음식물 쓰레기에 버려진 현실을 보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음식쓰레기 처리의 전 과정을 심층 취재하고 싶어요.

SSSSL 매거진을 보는 독자분들이 궁금해요.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2018년 창간호를 발행하기 전에 성수동 더 피커 매장에서 잠재 독자들과 모임을 한 적이 있어요. 대구, 부산, 서울에서 자비로 교통비를 부담하시고 오셨는데 다 진심으로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들이셨어요. 이분들이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돼주셨습니다. 제가 ‘제로웨이스트 매거진이 꼭 필요하구나.’ 깨달은 순간이었죠. 그래서 이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랑 지금 독자님은 조금 달라요. 지금은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개념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죠. 다들 잘 아시거든요. 오히려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실천하시고 지역에서 가게를 오픈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독자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SSSSL도 독자님과 함께 진화하려고 해요. 초반에는 제로웨이스트 개념 전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유통에서 우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도록 ‘무포장가게 쓸’을 운영해보는 확장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에코백으로 장보기 (사진 : 매거진 SSSSL 제공)


매거진을 운영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은 누구인가요?

팀원분들이 가장 고맙습니다. 지금 다섯 명이 함께 (유급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제로웨이스트’라는 사명감을 갖고 계시고 돈 이상으로 우리가 하는 활동에 의미를 가지고 같은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함께 움직일 수 있어서 팀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개인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텀블러 하나를 어디든 가지고 다니기도 쉽지 않거든요. 이분들이 우리 일상에서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기 위해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같아요. 예를 들면 종이 빨대를 써야 할지, 쌀 빨대를 써야 할지, 대나무 빨대를 써야 할지 피로도를 호소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배민지 편집장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나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요?

저는 처음에 텀블러로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그 품목을 늘렸어요. 젓가락을 들고 다니고 그다음엔 빨대, 이렇게요. 사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가 시간과 노동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혹독하게 하지 않으면서 밸런스를 가지고 천천히 조금씩 실험해보시면 좋겠어요. 급하게 하다 보면 포기도 쉽거든요.

저는 되도록 집에서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일회용 비닐을 쓰지 않고 대신 밀폐 용기를 사용해요. 그리고 저는 집에서 휴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딱히 필요 없더라고요. 집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비데를 쓰는 게 위생적으로 더 깨끗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손님용으로 휴지를 갖추고 있긴 합니다. (웃음)



플라스틱 없는 카페 지도 (사진 : 매거진 SSSSL 제공)

채식을 한다고 들었어요. 이 부분도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의 연장선인가요?

생선이나 고기를 먹어야 할 상황에서는 가끔 먹기는 하지만 친구들의 영향으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된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제가 채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환경을 위한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제로웨이스트와 채식주의가 부딪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여러 비건 음식 재료가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되는데 택배로 받으면 아무리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서 재활용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택배 쓰레기가 제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줄어드니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합니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추구하기 위해 배민지 편집장이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먼저 저희 매거진 SSSSL을 읽어주시고요 (웃음). <우리가 농부로 있을까> 를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로웨이스트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이 되지만 개인에게 주어진 부담이 아닌 우리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화로 소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한, 이 책에서 작은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부부의 모습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추천합니다.

끝으로, 배민지 편집장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게 자연스러운 세상이요. 과하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음식도 넘치고 물건도 너무 많은 데 쓰지 않으니 쓰레기가 생기고요. 육식도 과하니까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피해가 생기고요. 먹을 만큼, 쓸 만큼 자연스러운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저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책임감 때문인지 고통스럽기도 해요 (웃음). 그래서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이번 생 말고 다음 생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겠어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생도 아직 늦지 않았다. 신박한 정리를 하고 나서 필요 없는 물품을 당근마켓에 내다 팔아 짭짤한 용돈을 챙기거나 선하게 무료 나눔을 하던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매일 인스타에 포스팅하던지 등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꾸준히 하면 된다. 아니면 나처럼 보여주기식으로(?) 외부 약속이 있을 때 일부러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도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덤으로 ‘개념 있는 인간’이란 부캐를 얻을 수 있다. 제로까지는 힘들더라도 쓰레기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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